도파민을 찾아 허덕이는 삶

(원래는 Cocteau Twins, Harold Budd의 The Ghost Has No Home을 넣고 싶었는데 유튜브가 막아서 그림자 공동체의 동요를 올린다)

최근에서 들어서야 병원에 찾아갔다. 옆에 있는 무교형이 항상 사람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야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 말을 정말로 듣지 않았다가 이제서야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게 되었다. 사실 좀 바른 표현을 쓰고 싶어 저런 표현을 썼는데 그냥 정신병원에 갔다고 하련다.

병원에 가보라고, 아니 가라고 하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그런 말들은 항상 내가 좀 신나고 즐거울 때 해주는 덕담?으로 받아들이고는 했다. 술 먹거나, 혹은 먹지 않고도 신났을 때 꽤나 충동적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행하고는 하고 그런 일들이 함께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냥 너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네라고 말해주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가끔은 병원 가라는 말이 진지하게 들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도 난 항상 믿었다. 나는 건강하다. 내 주변, 이 세상 사람들을 보라고. 이 핍박 받는 민중! 모든 현대인들을 보라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불안과 공포, 우울에 비해서 나는 한 없이 건강하다고!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우울에 망가져서 일상이 불가능하지도 않고! 그리고 또,,, 나는 이성적이라구! 자기객관화를 정말 잘하고 세상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줄 알면서도 많은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바라보고 또 치유해주고는 한다고! 그런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항상 내 주변의 사람들을 치유해주고는 했다. 왜인지 이때까지 연애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아픔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면 대부분 정신 관련 약을 먹고는 했다. 뭐 내 취향에 대한 이렇고 저렇고는 둘째로 치고, 그런 사람들과의 연애, 그리고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나의 주변 친구들의 정신적 아픔을 항상 바라봐오곤 했다. 아직도 명확히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는 했고, 나는 거기에 관심을 가졌고 또 내가 옆에서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일들, 말들을 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나에게서 안정을 찾고는 했다. 자주 듣던 말이 자신들에 치유에 도움을 주던 상담사들 보다 낫다는 말이었다. 나는 항상 그게 기뻤다. 별 볼 일 없고 관계에 있어서 소극적이고 나태한 나란 사람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여담으로 그나마 생각나는 또 다른 도움이 되는 지점이 음악 추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달 가량? 전 쯤에 친구랑 이야기 하다가 무너졌다. 너무 힘들었고, 그 힘든 순간에 옆에 있는 친구랑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항상 혼자 감내하던 그 고통을 거의 처음으로 타인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친구는 나를 안아주었고 나는 그때 친구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항상 타인들이 나에게 기대어 왔었지만 나는 타인에게 기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누군가에서 심적인 도움을 받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는 종종 우울해지고는 한다. 대게는 밤이지만, 밤이 아니더라도 인생이 한없이 덧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무료하고 재미없고 따분하고 지겨운 삶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세상은 정말로 따분하고 재미없다. 그런 세상에서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아지고는 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는 몸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그냥 침대에 푸우욱 파묻힌다. 그리고 생각을 멈춘다. 영화 속에서 폭탄을 해체할 때 빨간 전선을 하나 끊는 것처럼 그냥 생각, 감각을 전선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푸우욱 파묻힌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나는 나약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지만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내 문제를 알고 있고 그냥 내 문제 일 뿐이고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주말에 클럽에 갔다. 테크노 클럽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미친듯이 놀고, 다시 클럽에 모르는 사람들이랑 모르는 사람 집에서 술을 더 먹고 놀았다. 다들 예술하는 사람들이었고 한없이 음악 이야기를 했다. 그 중 몇 명과는 음악 이야기가 정말로 잘 통했고 마음이 편했다. 그러고 다시 클럽에 갔을 때 친한 친구를 우연히 만났고 다시 놀고, 친구 카페에서 놀고 그러다가 집을 돌아갔다. 친구 카페에 왔던 친구의 친구와 대화를 했고 그 친친구에게 음악을 추천해줬다. 하드코어한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추천해줘서 하드코어, 일렉트로닉 음악을 추천했줬는데 다 좋아하더라. 기쁜 마음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Cocteau Twins의 Pitch the Baby 틀어주었고 친친구는 무지 좋아해줬다. 친친구는 내 헤드폰을 음악을 듣다보니 나는 음악을 듣지 못 했다. 집 돌아가는 길에 가장 먼저 Pitch the Baby를 듣고 눈물을 흘릴 마음의 준비를 했다. 친구의 카페를 나섰고 바로 헤드폰을 끼고 볼륨을 최대로 하고 음악을 틀었는데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좋고 싫고가 아니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는 대중교통 안에서 나에게 지금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온 몸이 경직되어 움직이기가 어렵고 숨 쉬기 답답했다. 어디 질척이는 늪속에서 갇힌 양 생각은 허우적대기만 한다. 감정이 한없이 낮아지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고통스럽다. 겨우 집 앞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너무 힘들어서 계속 길가다 주저 앉는다. 평소에 오던 우울 보다 그 강도가 더 심했고 집에 도착해서는 정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힘들다고 이야기 했다. 친구는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주었고 나는 주말 내내 하이퍼 상태에 있다가 온 절망을 말한다. 그리고 그 하이퍼를 함께하던 음악이 너무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알게 된 건가?

다음 날도 같은 기분이 이어져서 처음으로 정신 병원에 찾았다. 뭐 ADHD를 주변에서 항상 의심했고 나도 의심되었기에 그거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고 선생님은 26일에 ADHD 선생님이랑 진료 예약을 잡자고 하신다. 상담하는 내내 의사 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는 정말로 사람들이 가득했고(이 빌어먹을 세상!) 선생님은 잠시도 쉬지 못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상담가의 고충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조금 유머스럽게 이야기하려 했다. 그리고 너무 힘들어서 약을 타먹고 싶었기에 쉼없이 내가 얼마나 아픈지를 전달해서 약을 탈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이 통했는 지 마지막에 자낙스 좀 주시면 안 되냐고 징징댔더니 약을 주시더라. 아쉽게 콘서타는 받지 못 했다.

그렇게 병원을 갔다오고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난 이후로 내 인생을 다시 되돌아본다. 생각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많은 것들이 명확히 보인다. 나는 지금이 특별히 아픈게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아파왔고 20살 이후로 계속 이런 일들을 반복해왔다. 침울해지고 그 침울함에 못 이겨 술을 마시거나 걷고 또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섹스를 하고, 연애를 하고, 컴퓨터를 하고, 또 걷고, 뛰고, 인왕산을 타고,,, 항상 그랬다. 20대 초반에는 거의 일주일에 3~4일은 밤새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모르는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기도 하고, 아니면 혼자 마시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걸었다. 

내가 그냥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명확하게도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걸었다. 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문제가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삶을 견딜 수가 없어서 걸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증세가 악화되곤 했다. 편한 사람들이랑 함께 있을 때는 그 순간에는 좋았지만 집에 오면 고통스러워졌다. 편하지 않은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매 순간이 축축쳐진다. 하이가 오면 다운이 왔고, 하이가 안 오면 너무 무료해서 다운이 온다. 

항상 모르는 사람은 무섭다. Doors의 People are Strange의 노래 가사처럼 모르는 사람들은 날 찌를 것만 같다. 나는 그저 음악 이야기만 하고 싶다.

잘 생각해보면 연애에게 구원을 찾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항상 인용하는 말처럼 ‘자신을 구하는 것은 자신 뿐이다’.

내 인생에는 도파민이 절실했다. 뭔가 좋은 음악, 좋은 공간, 좋은 술, 좋은 사람, 좋은 책, 좋은 코드 뭐든 좋다. 뭔가 흥분되고 재미있는 일을 원했고, 그런게 없는 삶은 무료하고 견디기 힘들다.

나는 이런 사실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까 말했듯이 다운이 오면 그냥 전선을 끊어버리고는 생각을 멈춘다. 아니면 걷는다. 

반년 전부터인가 연애에서조차 희망을 잃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찾아오고 정신적으로 지치고 도망쳐버린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최근에 해줬다. ‘도현아 사람들 너무 할퀴지마.. 진심에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걸’, ‘너무 뱅뱅 돌려서 너도 니 마음이 어떤지 모르는 것 같아보였어’. 다시 한번 마음이 아파졌다.

이렇게 계속 자신을 돌아보다보니 내가 꽤나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나에게 도움을 자청하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타인에게 기대어도 본다.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진다. 음악을 듣는건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밖에서 사람들이랑 술 먹고 놀고 난 이후에 돌아오는 다운이 무서워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선생님이 주신 약이 효과가 없어서 멋대로 두배로 먹었더니 기분이 약간 불편해진다. 그냥 빨리 다른 약을 처방 받고 싶어서 다음 주 상담 때 선생님을 조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나마 피아노를 치는 건 도움이 된다. 내가 피아노를 못 치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래도 피아노 치는게 낫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여전히 내 문제를 잘 안다고 믿기지는 않는다. 내 문제를 알아가는 길은 멀고, 해결하는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어떻게 될까? 치료를 받으면 나는 더이상 도파민을 찾지 않는 사람이 될까? 아니면 약이 주는 도파민에 의존하는 사람이 될까? 모르지만 어떻게든 나아지는 길을 걸으려고 조금씩 노력해본다.